돈모으기

돈버는 중입니다. 이제 회사 소소한 에피소드 올릴게요.

맛있는쿠키 2024. 9. 27. 11:27

취업한 지 이제 2년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좀 다사다난 하긴 했는데 이런 내가 좀 기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약간 복잡한 심정이다. 

 

면접을 보고 일주일정도 교육을 받고 (이것도 엊그제 같네...) 일하고 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는 각 지역마다 두루두루 걸친듯한 쇼핑 관련 업체이다.  

 

회사명을 밝힐순 없어서 그냥 에이쇼핑몰이라고 하겠다.

 

우리 회사는 엄청 여초중에 대여초(대마초 아님 -___-;;)인데 평균연령이 4-50대이다. 

내 옆 자리에 근무중인 선배는 50대 중반의 쌍둥이맘이다. 

 

여성미 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50대인데 어느날은 미친 실장한테 끌려가서 깨지고는 울먹울먹 거리고 있는 중

 

나:
선배 뭔 일 있어요?

쌍둥이맘:
아, 있잖아 그일....!#$%@$#%@$#%^#$%$#%@$#%$#%@#$% 해셔 실장한테!#$!%#@$%#)($%^ 깨졌지 뭐야.... ㅠㅠ
그런데 너무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막대하면서 윽박지르니까 나도 모르게.... 나 진짜 그만두고 싶어....

나: 
에이... 또 왜 그래요, 저 양반 저러는 거 한두 번인가? 맨날 니가 모자라서 이런거야, 너 이러이러 하니까 이런거야 너떄문에 이렇게 됐어... 맨날 이런식으로 가스라이팅 하고 다니는데 한두번 보던 패턴도 아니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쌍둥이맘:
그래도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개무시하면서 말할 수가 있지? 

 

그래... 내가 생각해도 미친 실장이 얼마나 지랄했을 줄 아니까 속상해하는 게 이해가 간다. 

미친 실장의 특기가 가스라이팅이라 나도 한 일 년은 내가 진짜 모자르고 멍청한 인간인가 싶더라. 그런데 일년 딱 지나니까 업무도 눈에 익고 원래 가스라이팅을 잘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깨닫고는 나도 속으로 '뭐 저런 거지 같은 인간이 다 있지?' 싶은데 이젠 아니까 지랄해도 그냥 그려려니 하는 수준이 되었다. 

 

나:
선배.... 우리가 이 회사에 다니는 첫 번째 목적이 뭘까요? 돈 벌러 다니는 거 아닐까요?

쌍둥이맘:
그렇지....

나: 
그러면 그냥 난 딱 돈만 벌고 집에 가겠다... 하고 뭐라 한소리 들으면 한 귀로 흘려요. 어차피 여기 그만두면 미친 실장이랑 두 번 볼 사이 아니잖아요. 눈물도 아까우니 울지 마요. 

쌍둥이맘:
그래.... 그렇긴 해.....

 

이제 진정이 된 건지 실컷 속상함을 털어놓고 선배는 이제 좀 감정이 잠잠해진다. 역시 쫌 귀여워. 여기 8년을 다닌 선배인데도 가끔 소녀스러운 느낌이 나서 잘 달래니 이제 좀 마음이 풀어진 거 같다. 

 

에이쇼핑몰에서 하는 업무가 주로 전화 응대이다 보니 예민한 고객들이 많이 전화하고 그러다 보니 말투 하나하나 꼬집어서 클레임을 거는데 이게 바로바로 맞대응하는 입장에서는 순발력이 여간 필요한 게 아니라서 꽤 까다롭다. 

 

마치 어디로 튈 줄 모르는 탱탱볼처럼 말 한마디 책잡히면 바로 클레임이 걸리고 그러면 미친 실장이 불러다 소위 지랄을 하는데 하는데 입에 칼을 문듯한 행동이 진짜 질린다. 

 

말로 사람을 자근자근 씹어대는 게 소름 끼칠 정도랄까. 가뜩이나 편애도 너무 심한 스타일이라 여초에서는 진짜 최악의 인물이라고 본다. 꼭 결혼지옥 프로그램에 나오는 문제적 여성들의 행동과 말투가 참 비슷해서 가끔은 놀랍기까지 하다. 

회사 생활이 쉽지는 않은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복잡할 것도 사실 없다. 

돈을 벌러 다니는 것이냐, 자아실현을 하러 다니는 것이냐의 차이 아닐까?

 

돈이 목적이면 돈만 열심히 잘 벌고 자기 계발도 해가면서 자기 역량을 잘 쌓아두는 게 중요하지, 어차피 이 회사 그만두면 두 번 볼사이도 아닌 사람한테 상처받는다고 해서 내 몸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우연히 저번에 다녔던 직장의 고문을 우연히 만난 적 있다.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비스무리한 말을 자주 해서 항상 볼 때마다 나이 많은 변태 같은 느낌을 줬던 그 늙은 고문과 우연히 눈을 마주쳤는데 그냥 지나갔다. 

난 더 이상 그 회사 다니는 월급쟁이가 아니라서, 그 늙은 변태한테 아는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늙은 변태도 날 알아보는듯했지만 재미있는 건 내가 그 회사 다닐 때처럼 지한테 꼬박꼬박 인사할 줄 알았나 보다.

 

'뭐, 참 인사도 안 하고 @#$%%^^&..'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담담히 무시했다. 이제는 아무 상관없는, 동네 지나가는 할아버지한테 인사할 정도의 오지랖은 없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이나 모임에서 인사나 뉴스나 가십거리등의 스몰토크, 혹은 약간의 친절( 간식 나누어 먹기... 뒤에 사람 오면 문 잡아 주기등)은 곧잘 베풀지만 그 모임에서 떠나거나 그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더 이상은 연락이 없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따로 주고받거나 개인적으로 만나서 놀았던 사람들과도 결국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접점이 없어지다 보니, 나도 할 말도 없어지고 뭔가 재미도 없어지고 그렇다. 

 

특히나 정말 거지 같았던 사람을 길에서 우연히라도 만나면 '안 본 눈 삽니다' 시전을 하고 싶달까.

 

나이가 들어서 이런 건지 뭔지 사람이 싫어진다기보다는 뭔가 담담해지는 기분이다. 

 

정말 궁금한 게 의사등의 전문직이나, 무슨 공학자들이나 연구원들, 이런 사람들은 자아실현 을 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게 더클까, 아니면 돈벌기 위해 다니는게 더 클까?

 

나는 이런 직종에 종사할 만큼 뛰어난 머리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돈이 아닌 자아실현을 하려고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이 보람 있고 즐거울까. 아니면 나처럼 돈이나 열심히 벌어야지 하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가 더 있는걸까.

 

8년 차 선배의 푸념이 퇴근할 때는 눈 녹듯이 사라져 있었음 싶다. 마음의 생채기에 힘들어하지 말고 서로 내일 또 웃으면서 일터에 돈 벌러 왔음 싶었는데,

 

그러다 며칠 후에 내게 하는 말

 

선배:
쿠키 씨가 얘기한 것대로 생각하니까 쫌 마음이 편해. 뭐... 돈만 벌먼 그만이지, 진짜 (그만두면) 또볼사이도 아니고.

 

응! 그래요. 그게 쌍둥이맘 선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기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삼겹삼을 먹어주고.

 

이마트에서 삼겹살 세일을 한다기에 퇴근길에 들러 샀다. 퇴근 후에 먹는 삼겹살이 내일 돈 벌 힘을 또 가져다줄 만큼 맛있다.

 

이렇게 보면 난 꽤 단순한 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