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츠에 도보로 지원했다가 도저히 콜이 진짜 진짜 한건도 안 잡히길래 안 되겠다 싶어서 생활자전거로 변경. 생활이 바빠져서 변경만 하고 일주일을 그냥 보냈다.

이제 좀 시간이 나서 알아보니 주말 즈음해서 콜이 끊임없이 울린다길래 평일에는 자신이 없어 내내 꺼두었다가 토요일 개시를 했다. 배달하는 데는 보냉백이 필수이다. 이 보냉백이 배달하는 음식을 잘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진짜 든든하다.
▶ 시작하는 하루의 일과 중 느낀 점과 후기들
첫 번째 콜.
근처 대형마트의 배스킨라빈스 매장이다. 배달비 3,400원이다.
대형마트가 생각보다 좀 먼 곳이지만 품목이 아이스크림이라서 부담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장소에 도착했다. 역시 아이스크림이라 부피가 가볍다. 가방에 싣고 고객분의 집으로 배달. 비대면 요청하셔서 초인종을 누르고 출입구로 걸어가니 고객분이 문을 열고 집어가신다.
두 번째 콜.
중화요릿집. 갔더니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하셔서 대기장소에서 5분 정도 기다려서 받아왔다. 주소를 보니 사무실이다. 배달비는 3,100원이었다.
이번 고객님은 배달 후에 전화를 달라고 하셔서 자리에 놓고 전화를 드렸다. 사무실이라서 근처에 화장실도 있어서 손도 씻고 잠시 쉬었다. 배달 업무를 하면서 화장실이 가끔 급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사무실 밀집지역에 가면 잠시 쉬어 들를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
세 번째 콜.
이번엔 치킨집이다. 치킨이랑 음료를 같이 주문하셔서 무게가 꽤 된다. 이건 단가가 좀 센 편으로 4,400원이었다. 음.... 좀 무거워서 그런가?
고객분 주소가 카페 이디야로 나온다. 카페 주인분이 시키신 거 같다. 내가 있는 지점에서 좀 많이 떨어진 데다가 경사가 있는 곳이라서 자전거를 끌고 가고 타고 가며 부지런히 달렸다.
이디야 카페 앞에 내려놓고 요청사항을 보니 고객분이 비대면 전화요청을 해두셨다.
카페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전화를 드렸는데 신호가 울리고 받으신 거 같은데 말이 없으시다. 당황해서 "쿠팡이츠 음식 배달입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러는데 잠시 뒤에 문이 열리더니 고객분이 전화기를 귀에 댄 체 치킨을 집어 가신다.

말소리가 안 들려서 엄청 당황했는데 치킨을 집어 가시는 걸 보고 안심했다.
네 번째 콜.
퓨전요리 전문점. 배달료 3,100원인데 거리가 멀어서 좀 짜증이 났다. 음식점까지는 별로 안 멀었는데 음식을 픽업하고 고객 주소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너무 멀다.
음식이 무거운 건 괜찮은데 거리가 너무 멀어 배달료가 3,100원이니 속이 좀 짜게 식는다.
다섯 번째 콜.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데다가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딱 한건만 해야겠다 생각하고 콜을 잡았다. 근처 뉴코아백화점에 입점한 초밥집이다.
백화점은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음식점도 많고 복잡해서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것만 하고 오프 할 예정이라 그냥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지하 1층이라는데 사람도 많고 복잡 복잡해서 초밥집이 어딘지 엄청 헷갈렸는데 근처에 일하시는 친절한 직원분이 알려주셔서 음식을 픽업했다.
그리고 자전거로 고객분 집으로 이동. 초밥은 부피가 매우 가벼우나 면적이 넓고 모양이 흐트러지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쓰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객분과의 거리가 꽤 먼 거리이다. 배달료는 3,400원이었다. 이번에는 오피스텔이라서 찾기 쉬웠다. 비대면 전달을 마치고 하늘을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집에 가서 얼른 씻고 밥 먹어야지.
금요일 5건을 해치우니 좀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토요일 오전 10시쯤 오프에서 온으로 돌렸다.
▶ 둘째 날 느낀 점과 후기들
첫 번째 콜.
김밥천국류의 한식 밥집이다. 가족들이 늦은 아점을 먹으러 시킨 거 같다. 아직 준비가 안되어서 잠시 밖에서 대기하다 음식을 받았다. 각종 장국에 밥에 배달시킨 목록을 보니 양이 꽤 많았다. 배달료는 4,900원이다. 와... 괜히 기분이 좋았다.
보냉백에 넣고 고객 집으로 배달. 고객분의 집주소는 아파트였다. 꽤 외진 곳이라서 한참 돌고 돌다 들어간 아파트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니 고객분이 바로 받아 가신다.
고생하셨다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서 맛있게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아파트 단지가 음식 배달에 있어서는 꽤 고 난이도이다. 지도 어플로는 동호수가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자전거를 아파트 입구 근처에 세워두고 배달을 하는 게 더 편하다.
가급적이면 저녁 타임에는 아파트 단지는 추천하지 않는다. 동이랑 호수가 생각보다 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파트 입구 게이트 여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도 시간을 꽤 잡아먹는다.
두 번째 콜.
이번 배달비는 3,100원이다. 좀 짠데? 싶지만 다시 출발했다.
이번에도 한식 밥집. 이번엔 오피스텔인데 아예 게이트 비번을 적어주셨다. 비번을 열고 들어가서 비대면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막 나오셔서 음식을 집어가신다. 그 옆에 택배도 비대면으로 놓여 있는걸 같이 집어 가시는 걸 보고 요즘 택배기사님들도 다 비대면 전달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세 번째 콜.
음.... 이때부터 좀 일이 안 좋게 꼬였다. 돈가스 집이었는데 가게가 구불구불 골목길에 위치한 곳이었다. 대로변이 아니라 작은 골목길 사이사이에 있는 음식점이라 네비를 보고 따라가는데 길이 험해서 참 난감했다.
간신히 자전거를 주차하고 가게로 들어갔는데 음식점 주인분이 다짜고짜 화부터 내신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는 것이다. 음식은 1분이면 나오는데 왜 빨리빨리 안 오냐고 다그치듯이 화를 내셨다. 콜이 떨어지고 바로 왔는데 주인분 성화에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럼 오토바이 배달을 요청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빨리 픽업해서 고객분께 갖다 드리겠다 말하고 배달 가방에 넣었다.
배달지를 보니 아파트이다. 음... 동호수 찾는 거 은근 시간 많이 잡아먹는데.... 조금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아파트에 도착해서 고객분께 비대면으로 전달. 배달료 3,100원짜리인데 기가 다 빨린다.
네 번째 콜.
이번엔 베트남 음식점. 쌀국수 포함이라서 국물류가 있어서 배달시에 조심조심해야 한다. 음식점 앞에 도착해서 쿠팡에서 왔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밖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다 음식을 픽업했다. 국물류라서 포장이 튼튼하고 꽤 많이 무거웠다.
고객분 주소를 보니 역시나 아파트이다. 아파트인 건 괜찮은데 정말 외진 곳에 있는 먼 거리의 아파트였다. 배달료가 3,750원이다. 배달료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좀 유배 수준인 거 같은데 약간 억울한 마음을 뒤로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고객분 아파트에 도착해서 동호수를 확인하는데 이 아파트는 작은 평수의 복도식 아파트라서 복도 끝에서 복도 끝까지 걸어가야 했다. 복도식 아파트는 처음이라서 좀 긴장했는데 그동안 쌓인 경력 때문인지 다행히 호수를 잘 찾을 수 있었다.
비대면 요청이라 음식을 문 앞에 놔두고 벨을 누르고 전달 완료하였다.
다섯 번째 콜.
내 체력으로는 다섯 번 정도에서가 한계인 거 같다. 이젠 더 이상 하기 싫어져서 한건만 더하고 가자는 마음에 봤더니 이번에는 파리바게트이다. 배달료는 3,100원이었다.
나는 배스킨라빈스나 파리바게트 등의 이런 디저트류의 음식점이 너무 좋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고 비교적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국물류 등의 포장도 없어서 배달할 때 편리하다. 아무래도 식사류는 음식점 사장님들이 마음 조급한 부분이 있다면 여기는 대부분 아르바이트생분들이라서 친절하고 상냥하다.
픽업하고 보니 고객분 주소가 자전거로 한참 달려야 할 거리였다. 또 유배를 보낸다. 이번 건만하고 말 거라서 화도 안 났다.
무사히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내가 번 돈을 확인해보니 최저임금 대비 매우 박하고 그냥 자전거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생각하면 꽤나 귀하다.
이틀 연속으로 뛰어보니까 생각보다 이걸로 돈 벌기가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픽업하고 배송하고 픽업하고 배송하는 단순 업무에다가 지도 어플만 잘 보면 되는 거라서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높지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돌발상황에 대해 물어보거나 대처하기가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아직 사건사고가 생긴 것은 없으니 다행이지만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안전수칙 잘 지키면서 달리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내가 가진 자전거는 생활자전거라서 언덕이 높으면 그냥 내려서 끌고 올라갔다. 괜히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보다는 내려서 끌고 올라가는 걸 권장한다. 지나치게 가파른 내리막길도 내려서 끌고 가는 게 더 안전하다. 물론 이런 게 싫어서 전기자전거를 산다는 분도 있다지만 나는 배달이 생업이 아니라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다.

그리고 꼭 신호등은 잘 지켰으면 한다. 음식 배달해서 얻은 3,000 원하고 내 소중한 건강을 맞바꾸진 말았으면 한다. 배달의 민족은 시간제한이 있어서 음식 배달 라이더분을 엄청 쪼여댄다고 들었는데 쿠팡은 시간제한을 두고 쪼는 부분은 없으니 성실하게 배달만 잘하면 된다고 본다.
그리고 시간제한을 두고 움직일 거면 그냥 오토바이로 운전하시는 분이 하시는 게 더 맞을 듯싶다.
단 이틀이었지만 자전거로 해본 결과, 대략 한 시간에 두건 정도를 한 듯하다. 배달료 단가가 센 것은 40~50분 정도 걸리기도 했다. 고객분 사는 곳이 먼 곳인 데다가 아파트인 경우, 음식량이 많은 경우, 음식이 많이 무거울 경우, 음식점에서 픽업까지 대기시간이 길 경우 등등에서 기본 3,100원에서 추가로 몇백 원을 더 얹어주는 느낌이다.
대략 한 시간에 6,000원~7,000원 사이 정도 버는 거 같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운동량이 매우 매우 부족한 나로서는 꽤 재미있는 경험이라서 꾸준히 하고 싶은데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더운 날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자전거로 하기 버거울 거 같다. 그리고 이렇게 기상상태가 안 좋을 때 안 하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인 건지 어쩐 건지 이럴 때 쿠팡이 배달 단가를 높게 준다면서 일부러 안 좋은 날씨에만 나와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오묘한 배달의 세계를 엿본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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