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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 ***센터 안내데스크 이틀하고 그만 둠...ㅠㅜ..

맛있는쿠키 2022. 4. 1. 10:26

집 근처 시립 ***센터 계약직 합격한 후 이틀 일하고 아니다 싶어서 바로 그만둔 후기.


집 근처 ***센터에서 안내데스크 사원을 모집한다길래 지원했다.

'으음... 국가기관소속이니까 급여는 아무래도 조금 성이 안찰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뭐.... 시립이니까 분위기도 좀 덜 딱딱하고 오래오래 다니기도 좋고 복지도 괜찮을 거 같고, 돈은 적어도 무엇보다 안정적일 거 같고..... 스트레스 적고 즐겁게 오래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이면 급여 적어도 훨 낫지.'


이력서 자소서 열심히 작성하고 넣었는데 면접보라고 연락이 왔다. (아싸!!)

일단 회사 건물은 내가 생각한것보다는 훨씬 컸다.

홈페이지로 미리 확인해서 어림 짐작한것보다 실제 규모가 굉장히 큰 편이고 (심지어 지하 전층은 통째로 수영장이 있다.) 5층 건물 옥상에서는 텃밭정원 수업도 진행할 만큼 장소의 쓰임새도 가지각색 다양했다.

'생각보다 엄청 크네. 사람 엄청 많겠네?'


또 자체유치원도 운영되어서 청소년이나 성인뿐만 아니라 유아 방문수도 굉장히 많았다.
왔다 갔다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많고 근무하는 사람들도 많고, 강사 프리랜서분들도 많이 상주하는 곳이라 전체적으로 건물 자체에 활기가 넘쳤다.

오랜만에 정장을 입고 대기실에서 다른 대기자들과 대기하다가 내 이름을 부르길래 면접실로 들어갔다.

"쿠키 씨, 들어오세요." / "넵!"

면접관님은 두 분 이셨는데, 어떻게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는지(지원동기), 하는 업무에 대한 설명 및 무슨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지, 교통편은 어떠한지, 일할 때의 각오, 업무량이 상당한데 소화할 수 있는지, 자격증 여부, 오후 늦게 출근하는 것은 괜찮은지 등등 일반적인 질문이 오고 갔다.

대답은 무난무난하게 했고 그날 합격 전화를 받고 다음날 출근.

***센터는 안내데스크에 두 명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데 오전은 7시 출근- 3시 퇴근, 오후는 1시 출근 - 9시 퇴근이다. 나는 오후 출근자로 면접에 합격하여 오후 1시에 출근하였다.


사실 저녁 타임 알바 말고는 이렇게 계약직으로 오후 출근해서 일해보는게 처음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으으음....... 문제는 오후 출근 정도가 아니었다.

첫 출근때 1층의 안내데스크 부스 안으로 들어갔는데 오전 조 이신분은 3시에 퇴근하시고 그때부터 나는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깔려있는 회원관리 프로그램을 돌려봤다.

일단 내가 생각했던 안내데스크의 이미지는 건물안내, 프로그램 안내, 센터 문의사항이나 기타 간단한 수납 및 환불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근무를 해보니 안내보다는 주로, 프로그램 접수 및 수납 요원 쪽이 맞는 거 같다.

왜, 대학병원에 가면 수납창구에 수납사원분들이 카드 발급, 주차관리, 수납 및 환불, 의료기록 확인 및 발급 등등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하는 코너가 있는데 이때 번호표 뽑고 기다렸다가 볼일을 봤던 때의 딱! 그 수납창구 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은행에서 텔러분들이 전화받고 입출금 확인하고 송금하고 예금적금 들어주고 송금해주는 텔러 창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와.... 나 전산 다루는거 좋아하는 편인데, 이 회원관리 프로그램은 꽤 복잡하다.

접수, 수납, 환불, 취소, 수정 등등 ***센터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강좌가 얼핏 봐도 몇백 개는 되어 보여서 사수분에게 물어봤더니 매달 신설되는 것과 모집인원이 적어 폐강되는 것 등이 같이 전산에 떠서 올라온다고 한다.

일단 프로그램이 많은것도 그렇지만 시간대나 요일별로도 다르고 주말에도 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연령별로도 달라지고 취소 환불 규정이나 다양한 혜택, 서울 페이, 제로페이 등등 외울게 엄청 많았다. 65세 이상, 여성 할인, 다둥이 혜택, 유공자 할인 등등 할인율이 다 제각각이라 꽤 골치가 아팠는데 프로그램 접수가 온라인 없이 현장접수만 가능해서 그런지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수업시간, 수업 변경, 혹은 수업 관련된 기타 문의사항에 관한 문의자들이 넘쳐났다.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와 번호표 띵동 거리는 소리에 적응이 안돼서 그런지 머리가 띵- 하니 울렁거렸다.


그래도 업무나 프로그램은 어차피 메뉴얼이 있으니까 손에 익히려면 시간이 좀 걸려도 차근차근하면 될 거 같아서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는데 이게 대면 업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혼자 근무할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바로 물어보거나 상의할 사람 없이 다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게 아무래도 좀 부담스러웠다.

사수분이 메뉴얼이나 업무처리 방식을 알려주고 계시긴 했지만, 원래는 다른 층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던 분이라 날 언제까지 인계해주며 봐줄지도 모르겠고 어느 정도 인계가 끝나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데 돈이 오고 가는 문제가 많고 사람들과 실시간 대면해서 빨리빨리 처리해야 해서 아무래도 이쪽 부분에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날 오후가 이렇게 정신없이 흘러가고 어느덧 브레이크 타임. 여기는 저녁식사 시간을 40분 주는데 6시부터 6시 40분까지 이다.

'아,,,,, 이제 좀 한숨 돌리겠구만.' 하고 생각을............................................. 했던 나는 매우 순진했다.

6시가 넘어가도 여전히 안내데스크 쪽으로 사람이 몰린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인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6시 20분쯤 자리를 정리하고 휴게실로 갔다. 가서 물 한잔 먹고 빵 한 조각 먹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빵 맛도 잘 안 느껴진다.

사수분께 여쭤봤다.

"원래 브레이크 타임때도 사람이 몰리나요?"
"6시 넘어서도 대기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처리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6시 넘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좀 어려워요."
"그럼 식사는 보통 어떻게 하셨어요?"
"거의 못하거나 과자나 샌드위치 먹고 그랬죠. "


이렇게 잠시 스몰토크를 하다가 시간이 돼서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실제로 쉰 시간은 20분정도? 그리고 9시에 퇴근.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은 없었는데 다음날 출근하니 안내데스크 부스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일본 맛집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맛집 줄처럼 겹겹이 서있거나 번호표를 뽑아 들고 와글와글 사람들이 대기의자에 몰려있는데 처음에 나는 여기가 무슨 롯데월드나 놀이공원인 줄 알았다.

나 고딩때 친구들이랑 자이로드롭 탄다고 2시간씩 줄 섰을 때의 마치 그 모습이랄까?


오전 조 직원분이 정신없는 와중에 가볍게 눈인사를 하시더니

오늘이 한 달에 한번 있는 강좌 접수 첫날

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어제 사수분에게 미리 듣기는 했는데 난 이렇게 놀이동산 수준일 거라 생각 못하고 뻥쪄 있으니까 오늘이 유난히 바쁜 날이라고 한다.

'그러기엔..... 어제도 바빴는데요?'

여기는 그냥 바쁜날과 유난히 바쁜 날만 있는 것인가?

아무튼 오전조분은 시간 지나 퇴근하시고 나도 자리에 앉아서 업무 시작. 사람들이 창구에 계속 몰리니까 화장실은 가고 싶고 계속 말은 해야 해서 목이 타는데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기 어렵고 업무도 빨리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이거 무슨 은행쪽 텔러체험을 해보는 거 같다. 무슨 체험! 삶의 현장!! 뭐 이런 거? 하는 거 같다. 항상 은행 가면 거기 직원분들 물 한번 못 마시고 띵동- 하고 쉼 없이 번호표를 눌러대며 일하는 거 보고, 진짜 힘들겠다 싶었는데 지금 내가 딱 그 상황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다.

전산 확인해야지, 현금내면 현금 거슬러 줘야지, 카드 받아야지, 대기좌석있는지 확인해야 하지, 강좌 시간도 제각각이라 잘못 끊으면 큰일 나니까 눈알 빠지게 전산 확인하고 혜택도 다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종종 환불 요청도 들어오는데 날짜에 맞춰서 까야되고, 10% 공제해서 환불해야 하고 센터 규정이 있어서 이틀째 출근인 나에게는 꽤 고난도라 꽤 애를 먹으며 일을 했다.

또 정신없는 오후를 보내고 브레이크 타임인 6시가 넘어가는데 (나도 좀 쉽시다!! ) 대기자는 계속 줄어들지 않고 땀이 삐질 삐질 나는데다 겨우 겨우 6시 20분쯤 정리하고 김밥 한 줄 사 먹는데 진짜 코로 들어가는 건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밥을 5~10분 만에 먹고 다시 자리에 복귀했다.

'으아아.... 20분도 못쉬었네.'


그리고 또 업무 시작. 어느덧 9시가 되어 업무 종료하고 정리하는데 그때 또 참가자 한분이 접수하러 오셨다. 마감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곰곰이 생각을 했는데 난 정말 이렇게는 못하겠다 싶더라.

마침 주말이라 쉬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자자자,

일단 장. 점.


1. 집에서 가깝다.
2. 계약직이지만 무기계약직에 가까워 연단위 재계약 가능.
3. 업무 숙련도에 따라 오전 출근자와 로테이션 가능하다고 함.

그리고 단. 점.


1. 월~금 오후 1시 출근, 토요일은 격주로 8시간 풀타임 근무.
2. 월급 세전 204만 원. 상여 없음. (정규직 직원은 있다고 함) 나는 계약직이라 딱 월급만 받음.
2. 안내데스크인데 유니폼이 없음. (사실 유니폼 입길 내심 바랬는데, 옷을 안 사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옷값 절약이 좀 아쉬움.)
3. 식대 제공 없음. 회사 구내식당 없음. 나가서 사 먹거나 도시락 싸와서 직원 휴게실 가서 먹을 수는 있음.
4. 브레이크 타임 지켜지지 않음. 창구 특성상 사람이 몰리면 쉬는 시간에도 못쉼. 그나마 지금 코로나라서 수강생들이 많이 줄었다고 함. (이틀 근무해봤는데 40분 쉬는시간에 실제로 쉰 시간은 20분 내외임)
5. 화장실 가거나 1층 구석에 있는 정수기 물 뜨려고 자리 비울 때 왠지 눈치 보임. 안내데스크에 혼자 근무하니 잠시라도 자리 비우면 바로 없는 티가 남.
6. 업무가 물 경력 임. 어디 가서 커리어로 써먹을 수 있는 업무가 아님.
7. ***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직원 할인 등이 적용되는 부분이 없음. 자기계발비 등의 복지 혜택 없음.

이러고 써놓고 보니까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에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월요일 출근하면서 팀장님에게 면담 요청해서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좀 말리시다 주말에 자기에게 전화하지 그랬냐고 하시는데

"주말에 전화드리고 못 가겠다고 하는 건 좀 그래서요. 보통 출근해서 바로 말씀드리고 정리하고 나오는 게 더 맞을 듯싶어서 지금 말씀드리네요. (팀장 개인 휴대폰으로 그만둔다 전화나 문자는 좀 그렇지 않나?)"

그랬더니 여차저차 며칠만 좀 더 다녀보라 하시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느낌상 내가 좋은 인재라서 정말 놓치기 싫어 붙잡는 게 아니라 사람 다시 뽑기 귀찮아서 그러시는 거 같았다.

그리고 내 앞전에 전임자가 두 달도 채 못 다니고 급하게 그만뒀다가 약간의 공백기를 거쳐서 나를 뽑았던 건지 어쩐 건지 나는 본 적도 없는 예전에 그만둔 전임자 얘기를 꺼내면서 주절주절 얘기하시는데 (이것도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내 느낌상...... 솔직히 전임자가 도망간 거 같다.


그리고 나는 분명 계약직으로 입사했는데

"쿠키 씨가 우리 회사 정규직으로.... 입사를...."

자꾸 내게 정규직, 정규직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정규직인지 계약직인 지조차도 모르는 걸로 보아 뭔가 더 찜찜하고 싸하달까? 팀장은 면접 볼 때 면접관으로도 서로 만났었기에 계약직인지 정규직인지 헷갈릴 리가 없는데 아무 말이나 일단 하고 보자는 건지, 어쩐 건지. 횡설수설이다.

결국 죄송하다 그만둔다고 하고 인사드리고 나왔는데 뭐 나랑 인연이 아닌 거겠지. 다시 이력서 돌리고 면접 보러 다니는 게 힘들긴 하겠지만 언젠가 내게 꼭 맞는 직업이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내가 가는 길은 항상 구경할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고 재복도 많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산책로 처럼.

나는 그냥 먹고살려고 일하는 지극히 소시민일 뿐인데 밥도 허겁지겁... 엄청 눈치를 봐야 하는 회사는 도저히 못 다니겠다.
돈 벌려고 다니는 입장이라 돈이라도 많이 받으면 아쉬워서라도 참겠는데 토요일 8시간 격주 근무에 세전 204만 원...... 정직원도 아니고 계약직....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그냥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