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역사가 뭐하는 알바이지? 일단 서류넣고 합격해서 다녔던 곳. 대락 3개월 조금 넘게 했던 초단기직 후기를 써볼까한다.
▶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으음..... 시급이 최저 8,720원이다 보니까 경쟁률이 세지 않았던거 같기도?
일일 4시간에 주 5일 근무이다.
근무 시간이 짧아서 잠깐 오전에 일하다 집에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돈은 적어도 시간은 많은 부자가 된 기분이랄까?
시간제로 급여를 주기 때문에 근무일수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어떤달은 90만 원 겨우 넘고 어떤 달은 100만 원 가까이 들어올 때도 있고..... 실급여는 한 달 만근 했을 때의 기준으로 90만 원~100만 원 미만이다.
내가 일했던 서울생활문화센터 **점은 화~토 근무를 원칙으로 해서 나도 자연스럽게 일, 월은 휴무였다.
매일 토, 일만 쉬는게 익숙했던 지라 일, 월을 쉬니 처음엔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월요일이 평일이라 또 평일만의 장점이 있기에 (은행에 가거나 병원에 가거나 이럴 때 시간관리가 매우 편하다.)
생각의 반전이라고 해야하나? 생각보다 이렇게 쉬는 것도 괜찮았다.
문화센터는 안쪽에 사무실이 있고 전시홀이 두군데가 있는데 그중 한 곳에서 근무하였다.
내가 근무했던 전시홀은 주로 대관실쪽이라서 홈페이지를 통해 대관자분들이 시간에 맞춰서 입실하시면 발열체크 및 QR체크 등을 진행한다.
대관자분들이 퇴실하시면 내부 정리및 소독, 환기를 했다.
그리고 또 대관자분들 오시면 발열체크,,, 퇴실하시면 환기 및 소독약 뿌리기의 매일매일 도돌이표 무한반복.
이때가 장마철이라 눅눅한 냄새가 올라와서 제습으로 돌리고 선풍기도 강풍으로 사방에다 돌리고 문 열어 놓고 환기시키고 장마철의 습한 느낌을 내가 싫어하는지라 무지 엄청 열심히 정돈 했다...ㅎㅎㅎ....

대관자분들 모두 예술계 쪽 종사자이거나 미술등의 취미반이거나 하신 분들이라 주로 여성분들이 많으신 편이다. 연령층은 제법 다양하다. 연극이나 파워풀한 춤 쪽은 젊은 층이, 미술이나 시 장구 등을 활용하시는 분들은 주로 중장년층이 많이 오셨다.
코로나라 어디 나가서 뭘 보고 싶어도 무서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문화생활을 간접 혹은 직접 경험할 기회가 꽤 많아졌다. 덕분에 내 눈이랑 귀가 같이 호강했다고나 할까.
코로나 상황이라도 종종 작은 공연도 펼쳐졌고 작은전시회도 종종 열린다. 공연 시에는 모두 마스크 착용이다. 의상이 독특하고 예쁜데 마스크도 예쁘게 색색이 맞춰서 공연하시는 공연팀의 센스도 보았고 발랄한 기타 연주 소리도 듣고 때론 연습실 대관하러 연주자님들이 오시면 유명 클래식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으니 공연장에 온 기분이었다.
그러다 한달조금 못되어 내가 있는 대관실이 공사를 하게 돼서 나는 어떤 작가님의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그때 작품 도우미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예술이라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만나 작품 설명 및 안내를 하고 프로젝트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거나 격려하였다.
가끔 나이드신 할아버지 분들이 오셔서 사탕을 한 움큼 집어가거나(제발 좀 사서 드세요..... ㅠㅠ 초등학교 애기들 참여하면 주려고 놔둔 거라고요..... 나 같으면 그냥 사 먹겠다.....) 의자에 앉아서 '라떼는 말이야' 이러면서 라떼시전...... 작품 참여의지보다는 덧없는 말씀을 몇십 분을 쉬지 않고 얘기하면서 눌러앉아 계셔서 자원봉사자님들이 영혼이 가출한 표정을 지으면서 네네.... 착한 양 떼처럼 응대하는 걸 보고 조용히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서 잠시 외면..... 한적도 있고 (서비스업 힘듦.....) 꽤나 다사다난했다.
사탕 그렇게 가져가지 마시라고 한소리하니까 안 먹어! 이러면서 내 얼굴에다 집어던진 분도 계심.......ㅋㅋㅋ..... 하도 황당해서 쳐다보니까 자리를 곧장 뜨심. ㅋㅋㅋㅋ......
여성분들은 그래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시고 재미있게 작품 활동에 참여하셔서 응대하는 맛이 있었는데 할아버님들은 남의 말을 아예 안 들으시는 거 같다. ㅠㅠ
게다가 짐 좀 맡아달라고 하시며 커다란 보따리를 놓고 가시는분, 자전거 주차해놓고 가시는 분, 우리 바로 앞에서 좌판 벌이시는 분, 음료수를 된통 흘리고 안 치우고 그냥 가시는 분 진짜 뜨악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기왕 도우미로 참석한 바, 나중에 작가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서 만족할만한 작품을 가져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
유치원 아이들은 귀여운 그림을, 초등학교 아이들은 호기심과 똘망함을 가지고 가장 진지하게, 열심히 참여해 줘서 제일 보람찼다. 같이온 아빠 엄마들도 참여형 예술에 적극적이셨고.
그러던 중에 대관실 쪽 공사가 마무리되고 다시 제자리로 원상복귀.
루틴이 단순하고 쉬는시간이 많아서 개인 노트북을 가져와 틈틈이 할일도 하고 이러다 보면 금방 금방 4시간이 지나간다.
▶ 센터 원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마침 센터에서 바이올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길래, 나도 지원했다. 알바 끝나고 곧바로 수업을 들을수 있어서 시간도 딱 맞았다. 원래 피아노를 즐겨 치고 있긴 했는데 바이올린은 접해본 악기가 아니라서 내 호기심을 훅~ 끌어당겼다.

나와 다른 참여자분들 세명 해서 총 네명으로 소수 인원으로 진행이 된다.
강사님은 서른 초반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여성 강사님이셨는데 바이올린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바이올린 자세를 바로 연습시키셨다. 참고로 초등학교 때부터 하셨다고 한다.

실제로 조율까지 다 마친 상태로 오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뭘 만지거나 할 필요는 없었고 그냥 자세 잡아서 켜면 되는 거였는데 일단 턱부터 아팠다.
그리고 바이올린이 작아보여도 턱이랑 어깨, 그리고 손가락으로 지탱한다.
손등이나 손마디 등이 몸체에 닿으면 음이 변하기 때문에 꼭 손가락 지문으로만 버텨줘야 한다.
이게 뭐다? 한시간 반 정도 수업을 받았는데 바이올린이 태산처럼 무거워진다. 처음에는 가볍네.... 했다가 끝날 무렵에 돌덩이를 어깨에 올려놓은 듯한 기분이다.
처음이라 자세가 엉망이어서 더 무거웠을 수도 있지만.
활 잡는 연습도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것도 손가락 지문으로 잡고 버텨야 한다.
강사님이 처음 바이올린을 배울시에 자세가 워낙 중요해서 일주일간은 자세 잡는 연습만 시킨다고 한다. 해보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알듯했다.
자세를 잘 잡아야 바이올린 소리가 정석대로 난다. 간신히 간단히 음계를 익히고 작은 별 연주에 들어갔다.
원데이 클래스라서 속성으로 하는거라 따라가기 벅찼지만 강사님이 한분 한분 자세 잡아주고 활도 켜주고 몇 분이라도 한 명씩 직접 지도해주셔서 열심히 했다.
어깨 아프고 손이 막 떨리는데....... 재밌어..... (눈 빤짝 빤짝.....) 재밌었다.
아, 이걸 초등학교 때 배웠으면 더 알차게 써먹었을 텐데, 피아노만 줄곧 쳐본 나에게는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
게다가 좀 창피하지만 박자가 자꾸 빨리진다.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가? 박자에 맞추서 활을 움직여야 하는데 반박자 빠르게 활을 쥐기도 하고 소리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도 작.은.별 연주까지는 어찌어찌 마쳤다. 다른 참가자님들도 다 마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긴장했었나 보다. 그래도 재미있다.
일일 클래스 이지만 정말 좋은 기획인 거 같다. 평소에 이렇게 악기 접할 일이 별로 없는데 (사실 피아노는 대부분 칠 줄은 알지 않나? 잘 치는 것과 별개로.....) 바이올린은 온몸을 사용해서 연주를 해야 그 깊이가 나오는 악기인 듯하다.
바이올린 말고 기타도 일일 클래스가 있었는데 나는 기타는 너무 무거워서 신청하지 않았다. 바이올린보다는 기타가 그래도 난이도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무거우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생활문화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니 전에는 관심 없이 봤던 게 이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예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더니, 갑자기 감수성이 예민해진 건지 예술의 없던 혼이 갑자기 튀어나온 건지 전시회 작품을 눈여겨보게 되고 클래식 음악이 좋아진다.
예전에는 빠른 비트의 시끄러운 음악이 좋았는데 지금은 잔잔한 음악이 좋다고 해야 하나.
서울문화센터는 각 지점이 서울 여러 군데에 있으니 혹시 뭔가 참여하거나 부담이 덜한 금액으로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집 근처 서울문화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빠르다.
일단 내 업무는 전체적으로 난이도는 낮고 일은 쉽다. 경력에는 전혀 도움 안되고 4시간 최저시급이라 사실 교통비 빼면 큰돈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화예술을 잘 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은 정말 별로 없다고 본다. 특히 조용한 거 좋아하고 혼자서도 제법 잘 노는 타입이면 적극 추천이다.
▶ 혹시모를 텃세 같은게 있으면 어쩌지?
일단 센터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은 여성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으시다. 여기 지점만 그런 건가? (여성분들이 많은 집단은 여초 문화랄까.... 끼리끼리나 색이 강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지라) 좀 걱정도 되었는데 어차피 자리가 멀리멀리 떨어져 있어서
결과적으로 괜찮았다. ㅎㅎㅎ...... 그러니까 일단 이력서부터 넣고보자.
출근할 때랑 퇴근할 때, 그리고 정수기가 사무실 안에 있어서 물 뜨러 갈 때 빼고는 선생님들하고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가끔 센터장님이 대관실 앞 데스크에 앉아있는 내게
"아유, 안 심심해요? 안 외로워요?"
이렇게 가끔 안부를 물어보셨는데
"네, 너무 좋아요."
하고 대답했다. 이거 진심이다.
아, 그리고 근무하면서 엄청 큰 시련(아니 시련?)을 맞은 적도 있다.
내가 근무하던 장소는 아니고 사무실 쪽으로 업무차 방문을 하셨는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신다. 사내의 모든 분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지라 모두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고 계셨지만 단체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셨다.
나는? 당연히 나도 갔다. 나는 직접 접촉한 상황은 아니지만 뉴스에서 말하는 델타 변이가 옷깃만 스쳐도 근처에서 숨만 쉬어도 걸린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니 근처 보건소에 들러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코를 엄청 쑤셔대니까 눈물이 막 남. 안구건조증이 저절로 나을 지경임.) 다음날 오전에 음성 판정을 받고 다시 출근했는데 다른 선생님들도 다들 괜찮으신지 모두 정상 출근하셨다.
(진짜 진짜 다행임....)
▶ 아르바이트를 종료하며.....
마지막날 센터장님이 식사 같이 하자고 하셔서 선생님( 내 급여 담당해주신 분, 눈이 굉장히 귀여우시다.) 한분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그냥 밥집 생각하고 갔는데 두 분이 기왕 마지막인데 맛있는 집 있다고 일부러 맛집으로 가서 맛있는 점심도 사주시고 약간의 사담도 나누고 화기애애하게 밥을 먹었다.
오늘 마지막 날이라고 두 분 다 근무하면서 힘든 거 없었냐며 훈훈한 대화가 오고갔다. 사실 단기 알바에 시간제라 서로 보는 시간도 짧았는데 일부러 시간 내서 챙겨주시는게 보여서 마음이 핫팩처럼 따닷해진다. 그래서 퇴근길에 근처 빵집에서 한입에 먹을수 있는 간식을 사서 사무실에 드리고 나왔다.
부디 서울문화센터 **점 흥해라!!
오전에 잠깐 뛰는 단기직이였지만, 문화센터의 생태계를 간접 경험해볼수 있는 알바인듯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되게 지루할 수도 있는데 조용한 환경과 힐링되는 전시회, 그리고 음악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한 템포 쉬어가는 알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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