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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달알바 넷째날- 주말이라 신났는데 애만 먹고 끝난날. 도보60 모두의콜 후기

맛있는쿠키 2020. 10. 25. 21:56

 

어제 늦게 자서 오늘은 오후 2시부터 움직였다. 

 

콜을 보니 집에서 먼 거리이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는 건 좀 심심해서 그냥 잡기로 했다. 이때부터 일이 꼬였다.

 

콜을 잡고 파바에서 픽업해서 고객분의 집으로 가는길. 집이 주택단지에 골목길이 복잡하고 구부정하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도착을 했는데 건물이나 오피스텔이 아닌 단독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골목길이라 정확한 위치가 잡히지 않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즐거웠다.

 

이 집 같기도 하고 저 집 같기도 하고.. 분명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보이는 저기 몇 집 중 한 곳인데 어느 집인지 모르겠다. 일단 고객분께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파리바게트 배달인데요, 근처까지 왔는데 주택단지라 정확한 위치가 지도상에 뜨질 않아서요, 제가 있는 위치 바로 앞에 교회가 있는데 지금 여기 서있습니다."

 

"아, 거기서 골목 조금만 더 들어가면 지하방이 있어서 거기다 놓고 가세요. "

 

"주택단지라 반지하방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혹시 집에 안 계신가요?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제가 다른 집에다가 혹여 배달하게 되면 안 될 거 같은데요."

 

전화를 받는 고객은 남자분이었는데 보통 이러면 근처에서 나오시던가 여기요~ 하고 소리쳐서 부르시던가 하는데 이분은 끝까지 자기 지하방을 알아서 찾아서 오라고 내가 내 문 앞에 놓고 벨 누르라고 했으면 네가 알아서 찾아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길래 뭔가 좀 섬뜩한 기분이 들어 난 지금 교회 앞에 있으니 소리쳐 부르시거나 나오시면 전달해 드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소리지르면서 나 취소한다고 안먹을테니 도로 가져가라며 소리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뭐지?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안받으신다.

 

그래서 모두의 콜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분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해당 파바지점에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하신다. 뭐지? 뭐지?

파바지점으로 전화해서 지점장님과 통화하니 고객분하고 따로 통화하신 후 그냥 반품처리해줄 테니 지점으로 다시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 

 

이것 때문에 30분을 넘게 잡아먹었다. 안 먹을 테니 도로 가져가라며 소리 지르며 전화를 끊어버린 고객분과의 통화, 당황해서 근처 지하방에 벨을 눌러서 파바 시키셨냐고 확인, 아니다는 답변 분명 이 근처 어디서 창문만 열면 다 통화하는 게 들릴 텐데 일부러 이러는 건지 뭔가 싸한 느낌에 얼른 자리를 뜨고 싶어서 후다닥 음직여 파바 지점으로 가서 매장 물건을 도로 반품접수를 하였다.

 

▶ 그리고 반전. 그 남자고객이 전화를 했다.

 

그리고 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내가 한 말 잘 전달했어요?"

 

뭐지? 아까 그 남자 고객이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대략 1시간 정도 지나서 뜬금포로 전화가 왔다.

 

"내가 언제 마중 안 나간다고 했냐? (무슨 마중.... 내가 지 만나려고 거기 갔나....) 지도는 키고 왔냐? 내방이 반지하방이다...."

 

뭔가 소름 끼친다. 그래서 싸늘하게 반품한다고 하지 않으셨냐,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이제 와서 딴소리냐,,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모두의 콜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상황 설명을 하고 반품처리까지 완료했는데 그 남자 고객이 전화해서 뭔가 이상한 클레임을 거니까 소름 끼친다고 이게 뭐냐고 했더니 그냥 수신거부하라는 답변만 왔다

 

 

 

여성이 배달업무를 한다고 우습게 보는 건가, 신종 성희롱인가 싶어서 찝찝하다고 했더니 콜센터에서는 해줄 게 없고 그 남자가 전화하면 수신거부로 돌려놓으라고만 하고 따로 대책을 마련해 주질 않는다.

 

음.... 콜센터가 참 무의미한 거 같다.

반지하방 사는 남자가 고객인 줄 알았으면 나도 안 갔다. 다음엔 반지하방이 걸리면 무조건 모두의 콜에 전화해서 취소를 하던가 해야겠다. 

 

그리고 두건의 배달을 더하고 집으로 갔다. 마음 같아서는 주말이라 조금 더 뛰고 싶었는데 마음이 안 좋아서 힘이 나질 않는다.

 

혹시 여성분들, 배달업무 할 거면 남자 고객이 우습게 보거나 그럴 수 있다. 그럼 그냥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포기하자. 안전을 위해서다. 

 

그 남자분은 도로 빵 가져가라고 안먹겠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 내가 절절맬 줄 알았는지 어쨌는지 그냥 나한테 심심해서 시비 걸며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건 건지 어쩐 건지 그냥 평생 반지하 쪽방에서 살다 반지하 쪽방에서 인생 마감하길 간절히 빌겠다.